ÉPOPLI

디르크 반 사엔: 그림과 옷 사이의 유머

평평한 재킷과 손으로 그린 얼굴, 조각으로 이어지는 작업.

ÉPOPLI ·

디르크 반 사엔의 AI 인물 일러스트
디르크 반 사엔의 AI 인물 일러스트. 실제 촬영 사진이 아닙니다.ÉPOPLI · 인물 확인 자료

천이 그림을 입고 그림이 몸을 얻다

2016년의 「라이프 온 마스」 드레스에는 얼굴을 떠올리게 하는 형상이 나타난다.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에서 가져온 제목과 루이즈 부르주아의 직물 작업에서 받은 자극이 한 벌의 옷에 만난다. 디르크 반 사엔 역사는 패션과 미술 중 하나를 선택한 뒤 다른 하나를 버리는 이야기가 아니다. 손으로 그린 이미지를 천 위로 옮기고, 다시 몸의 형태와 움직임에 맞추는 일이 이어졌다. 회화 프린트는 여기서 완성된 그림을 상품에 붙이는 방식과 다르다. 어떤 크기의 이미지가 몸을 감싸는지, 봉제선이 어디에서 그림을 나누는지가 중요하다. 그는 모티프를 착용할 옷의 실제 크기로 그린 뒤 스캔해 인쇄한다고 설명했다. 붓의 흔적이 디지털 과정을 거쳐 옷이 되면서 손작업과 복제가 같은 작품 안에 존재한다. 옷을 어떻게 다른 매체로 생각할 수 있는지가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질문이다.

작은 가게에서 지킨 제작의 리듬

1959년 벨기에 루벤에서 태어난 그는 1981년 안트베르펜 아카데미를 졸업했다. 이후 뷰티스 앤드 히어로스라는 작은 가게를 열고 위층의 작업실에서 옷을 만들었다. 디르크 반 사엔 역사는 이처럼 제작과 판매가 가까이 붙어 있던 공간에서 출발한다. 초기 회고에서 그는 매장에 옷이 몇 벌밖에 없던 때를 이야기했다. 손님이 가져가면 다시 만들어야 했으며, 진열과 생산의 속도가 매일 맞물렸다. 1986년 안트베르펜 식스의 런던 진출은 국제적인 바이어를 만나는 계기였지만, 이후 모든 구성원이 같은 규모의 회사로 성장한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작업하면서 다른 회사와 협력하는 길을 택했다. 1990년 바트슨스의 상업 컬렉션과 파리 발표는 그런 선택의 일부였다. 큰 조직을 만드는 일만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지 않았다는 점이 이후의 행보와 연결된다.

식탁보와 튈로 만든 격식

1991년 봄여름에는 플라스틱 식탁보와 붕대 같은 일상 재료가 정교한 옷의 형태와 만났다. 디르크 반 사엔 역사의 트롱프뢰유, 즉 눈을 속이는 표현은 값비싼 외관과 평범한 재료 사이의 간격을 드러낸다. 투명한 튈 위에 체크 천의 패턴 조각을 붙인 차림에서는 재단의 구조가 장식처럼 보인다. 다른 재킷은 솔기를 흰 리본으로 강조해 평소 감추는 연결 부위를 표면으로 끌어냈다. 관객은 옷의 완성된 모양을 보는 동시에 그것이 조립된 방식을 보게 된다. 1998~1999년 가을겨울의 「페이크 테일러링」에서는 라펠과 칼라를 앞판에 통합해 의복을 평평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았다. 겹쳐 있어야 할 부분이 한 면에 가까워지면서 재킷의 익숙한 입체감이 달라진다. 유머는 우스운 장식에서만 생기지 않고 우리가 옷을 알아보는 관습이 조금 어긋나는 순간에도 생긴다.

블랙 시시와 움직이는 마네킹

「블랙 시시」로 다시 이름 붙인 컬렉션은 오스트리아에서 촬영되었고, 황후 엘리자베트의 사망 백 주년이라는 당시의 맥락과 연결되었다. 디르크 반 사엔 역사의 트롱프뢰유는 이러한 역사적 이미지와도 만난다. 작품을 보여 줄 때는 천천히 회전하는 기계식 마네킹을 사용했다. 살아 있는 모델의 빠른 걸음 대신 일정한 움직임이 생기자 옷의 세부를 보는 시간이 달라졌다. 화려한 역사적 인물의 이름과 평평해진 재단, 인공적인 몸이 같은 장면에 놓이는 것이다. 의복이 과거를 그대로 재현한다고 보기보다 과거의 이미지가 현재의 무대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묻게 한다. 마네킹은 단순한 진열 도구가 아니라 작품을 읽는 속도와 방향을 정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후 도자 조각에서 사람을 닮은 존재를 만들게 된 작업과도 함께 볼 수 있지만, 두 매체의 목적이 같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꽃과 얼굴을 옮기는 손

그림은 졸업 컬렉션의 손으로 칠한 천에서부터 이후의 드레스까지 반복해서 등장했다. 디르크 반 사엔 역사의 회화 프린트에는 꽃과 얼굴, 색면을 몸의 표면으로 옮기는 과정이 담겨 있다. 「라이프 온 마스」와 함께 소개된 「후 케어스」는 얼굴의 형상을 이어 가고, 「크레이지 포 러브」에는 보라색 델피니움이 나타난다. 실크 트윌 위에 인쇄된 그림은 종이처럼 고정되지 않고 걸음과 주름에 따라 달라진다. 긴 드레스의 면적과 짧은 상의의 면적은 같은 모티프에도 다른 리듬을 준다. 붓질을 그대로 크게 보여 주는 방법은 작은 무늬를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전통적인 프린트와도 차이를 만든다. 이런 작업에서 색과 재단은 따로 완성되는 문제가 아니다. 어느 부분을 자르고 어느 방향으로 천을 놓을지에 따라 그림의 읽히는 순서도 달라진다. 감상의 대상이던 이미지가 착용자의 움직임에 맡겨지는 셈이다.

옷을 보여 주는 사람들과 다른 재료

사진가 로날트 스톱스와 메이크업 아티스트 잉어 흐로냐르트는 그의 컬렉션 이미지에 반복해서 참여했다. 1989~1990년 사진에서 크리스티나 더 코닝크의 짙은 눈매는 의복과 함께 인물의 분위기를 만든다. 디르크 반 사엔 역사는 혼자 그림을 그리는 순간과 여러 사람의 손으로 장면을 완성하는 순간을 모두 포함한다. 작은 이탈리아와 플랑드르 공방과의 제작 협력도 이 과정의 일부였다. 이후 도자 조각에서는 손과 재료가 더 직접적으로 만나는 시간을 확보했다. 2021년 소피 반 더 벨더 갤러리의 「스토리스 오브 호프 앤드 디스페어」는 옷을 판매하기 위한 진열이 아니라 감정을 가진 인물 같은 형상들을 보여 주었다. 갤러리의 설명에 따르면 조각들은 특정한 자세와 표정의 가능성을 통해 서사를 만든다. 패션의 마네킹이나 미술의 받침대처럼 무언가를 대신 보여 주는 장치에 대한 관심도 계속되었다.

2026년, 계속 바뀌는 표현의 자리

2026년 9월부터 10월까지 열린 「올 나이팅게일스 언더스탠드 원 어나더」에서는 조각과 그림이 함께 제시되었다. 갤러리는 연약하고 각진 인물들의 몸짓을 통해 공감과 관계를 다루는 전시라고 설명한다. 디르크 반 사엔 역사는 현재까지 의복에만 머무르지 않는 작업의 흐름이다. 도자 조각으로 매체가 달라져도 신체의 윤곽과 표면, 관객이 바라보는 방식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 회화 프린트와 트롱프뢰유를 함께 보면 그의 패션이 단순히 예술적인 무늬가 있는 옷으로 끝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평범한 재료를 격식 있는 형태로 만들고, 입체적인 의복을 평면처럼 보이게 하며, 진열되는 몸 자체를 다시 설계했다. 이러한 작업은 브랜드 규모의 확대와는 다른 종류의 지속성을 보여 준다. 매체가 바뀌어도 손으로 무엇인가를 만들고 그 형태와 표면이 관객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살피는 태도가 이어진다.

주요 연표

  • 1959 — 루벤 출생
  • 1981 — 안트베르펜 아카데미 졸업
  • 1986 — 안트베르펜 식스 런던 진출
  • 1991 — 일상 재료를 활용한 봄여름 컬렉션
  • 1998–1999 — 페이크 테일러링·블랙 시시
  • 2021 — 갤러리에서 도자 조각 개인전
  • 2026 — 회화와 조각 신작 전시

참고 자료

  1. MoMu — Dirk Van Saene
  2. Boijmans — Artist record
  3. MoMu — Emergence
  4. Kasteel d’Ursel — Print and Paint (PDF)
  5. Gallery Sofie Van de Velde — 2021 exhibition
  6. Gallery Sofie Van de Velde — 2026 exhibition
  7. Gallery Sofie Van de Velde — Biography

함께 읽기

월터 반 베이렌동크 · 마리나 이 · Designers

#디르크반사엔#앤트워프식스#회화프린트#트롱프뢰유#패션아카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