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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날트 판 데르 켐프: 남은 재료로 만드는 쿠튀르

남은 재료로 만드는 쿠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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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널드 반 데르 켐프의 ‘The Mind Vaccine’, 2021년 가을·겨울 룩 34.
로널드 반 데르 켐프의 ‘The Mind Vaccine’, 2021년 가을·겨울 룩 34.Premeditated Chaos · CC BY-SA 4.0. Web-sized copy; source framing retained. · 출처 · 이용 조건

남은 천이 디자인을 결정한다

금색과 검은색 브로케이드 재킷의 주머니에는 잘게 잘린 지폐가 들어 있다. 금빛 가죽과 도자기 단추를 결합한 이 작품에서 버려질 종이는 다시 눈길을 끄는 재료가 된다. 로날트 판 데르 켐프 RVDK 역사는 무엇을 새로 생산할 것인가보다 이미 있는 것을 어떻게 다르게 볼 것인가에서 시작한다. 공식 작품 설명에 따르면 지폐 조각은 네덜란드 중앙은행의 인쇄 불량분이다. 돈의 기능을 잃은 종이가 장식으로 들어오면서 값과 가치의 관계도 달라진다. 브로케이드는 무늬를 직조해 낸 두꺼운 장식용 천이다. 재킷의 정교한 재단은 서로 성격이 다른 재료를 하나의 의복으로 묶고, 주머니는 작은 전시 공간처럼 작동한다. 업사이클링은 이처럼 남은 재료를 다른 용도와 형태로 바꾸는 일이다. 오래된 것을 사용한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그것을 어디에 놓고 무엇과 연결하는지가 디자인의 핵심이 된다.

춤에서 옷으로 옮겨 간 출발

1964년생인 그는 네덜란드 베이헌에서 성장했고, 열일곱 살에 발레를 공부하려고 암스테르담으로 갔다. 그러나 무용보다 늘 손에 잡고 있던 뜨개질이 새로운 진로를 열었다. 로날트 판 데르 켐프 RVDK 역사의 교육 과정은 리트펠트 아카데미에서 패션을 공부하고 1989년 졸업한 시기로 이어진다. 이후 앙드레 쿠레주에서 실습했고 뉴욕에서는 빌 블라스와 바니스의 작업을 경험했다. 2026년 직접 인터뷰에서 그는 당시 스스로 짠 검은 바지와 일본 패션에 대한 관심을 회상했다. 파리에서는 기 라로슈에서 알베르 엘바즈의 뒤를 이었고 셀린의 작업에도 참여했다. 여러 조직에서 디자인을 만든 경험은 좋은 천과 고객의 요구, 제작 체계가 만나는 현장을 배우는 시간이 되었다. 특히 빌 블라스 시절 만난 개성이 강한 고객들은 옷이 사람의 존재감을 가리지 않고 드러내야 한다는 생각에 남았다.

독립과 워드로브라는 단위

2014년 설립한 독립 브랜드는 계절마다 앞선 옷을 밀어내는 방식 대신 워드로브라는 이름을 선택했다. 옷장이라는 뜻의 이 말은 서로 다른 시기에 만든 옷이 함께 남는다는 생각을 담는다. 로날트 판 데르 켐프 RVDK 역사의 전환점은 대형 매장의 주문을 늘리는 일과 자신이 원하는 작업이 충돌했을 때 더욱 분명해졌다. 직접 인터뷰에서 그는 잘 팔리는 형태를 반복해 달라는 요청과 할인 매장에 남은 작품을 보며 판매 방식을 바꾸었다고 말했다. 이후 쿠튀르와 데미 쿠튀르를 중심에 놓았다. 데미 쿠튀르는 고도의 손작업과 제한된 생산을 기성복에 가까운 접근 방식과 연결하는 표현이다. 데드스톡은 생산되었지만 사용되지 않은 재고 소재를 뜻하며, 그의 경우 남아 있는 양 자체가 제작 수량과 형태의 조건이 된다. 네덜란드의 작은 공방과 장인들이 작업하면서 같은 재료를 무한히 반복 주문하는 시스템과 다른 리듬을 만든다.

구멍을 피해 만드는 검은 드레스

2026년 작업실 인터뷰에서 꺼낸 짧은 검은 악어가죽 드레스는 재료의 결함이 어떻게 패턴의 문제가 되는지 보여 준다. 구멍 때문에 사용 불가 판정을 받은 조각들을 모아 손상 부위를 피해 구성했다. 로날트 판 데르 켐프 RVDK 역사는 이런 작은 선택에서 제작 원칙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업사이클링의 흔적이 항상 거친 표면이나 눈에 띄는 조각 연결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패치워크가 보이는 옷도 있지만 남은 천의 출처를 모르면 새로 생산한 옷처럼 보이는 작품도 있다. 금빛 재킷이 재료의 이질성을 앞세운다면 검은 드레스는 연결의 정밀함을 통해 한 몸처럼 보이게 한다. 이전 인터뷰에 등장하는 카펫 오브 라이프와의 코트 작업도 또 다른 사례다. 옷 조각으로 모피와 비슷한 풍성한 표면을 만들면서 기존 재료의 작은 크기를 오히려 질감의 조건으로 삼았다. 같은 제작 원칙이 매끈함과 부피라는 상반된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잎처럼 보이는 천과 손으로 만든 새

2025년 가을 쿠튀르의 「더 콜 오브 더 와일드」에서는 타이나 카이사가 모델이자 주얼리 디자이너, 장인들과의 연결자로 참여했다. 첫 의상의 짧은 코르셋 형태와 풀을 떠올리게 하는 치마에는 자수로 만든 작은 새들이 붙었다. 로날트 판 데르 켐프 RVDK 역사의 협업은 완성된 옷을 누가 입느냐에만 머물지 않고 누가 장식을 만들고 재료를 연결하느냐까지 이어진다. 잎처럼 보이는 다른 조형적 의상도 실제 잎 대신 코팅한 주름 천으로 만들어졌다. 데드스톡을 활용하는 작업과 자연을 닮은 외관은 별개의 층위이지만 이 컬렉션 안에서 함께 만났다. 주름은 천의 면적을 접어 부피를 만들고 표면의 코팅은 그 형태를 더 또렷하게 잡아 준다. 식물의 모양을 옮긴 드레스와 오래된 가죽의 결함을 다룬 드레스는 모두 재료를 먼저 살핀 뒤 형태를 결정한다는 작업법으로 연결된다.

2026년에는 거리로 이어진 쇼

2026년 7월 파리에서 열린 워드로브 24는 전시 공간의 두 출입구 사이로 모델이 이동하며 길에서도 옷을 볼 수 있게 했다. 로날트 판 데르 켐프 RVDK 역사의 최신 발표에서 청바지는 찢기고 다시 자수되며 익숙한 바탕 위에 복잡한 선을 얻었다. 이는 일상적인 옷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표면의 노동을 드러내는 방식이었다. 패치워크는 서로 다른 조각을 이어 붙이는 기법이며, 이 컬렉션에서는 조각의 색과 두께가 의상의 리듬을 만들었다. 같은 시기 독일 진겐의 MAC 미술관에서는 「버즈 오브 패러다이스」가 열려 의상을 자동차 디자인과 함께 제시했다. 전시와 거리로 열린 발표는 모두 쿠튀르를 가까이서 관찰하는 다른 경로를 제공한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기증된 2021~22년 가을겨울 드레스는 면과 폴리에스터, 실크로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소장 기록은 화려한 인상 뒤에 여러 재료가 결합된 실제 의복이 있음을 보여 준다.

절제된 생산과 과장된 외관

로날트 판 데르 켐프 RVDK 역사가 보여 주는 긴장은 적은 재료와 화려한 외관이 양립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업사이클링을 조용한 색이나 단순한 형태와 동일시하지 않고, 장식과 강한 어깨선, 부풀린 표면에도 적용한다. 데드스톡의 한계는 제작을 방해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조각을 찾고 연결하게 만드는 조건이 된다. 패치워크의 선이 선명한 옷과 구멍을 피해 만든 검은 드레스는 그 결과가 반드시 한 가지 미감으로 수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고객에게는 하나의 유행 전체를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의 옷장에 남길 개별 작품을 고르는 방식을 제안한다. 생산량을 늘리는 성공과 다른 경로를 택한 뒤에도 손작업의 시간과 고객에게 도달하는 문제는 남아 있다. 그의 작업을 읽는 기준은 친환경이라는 구호의 크기보다 어떤 재료를 어떻게 다시 사용했고 어떤 형태로 오래 입게 하려는지에 있다. 그 질문은 완성된 옷의 안쪽과 표면을 함께 살필 때 가장 분명해진다.

주요 연표

  • 1964 — 출생
  • 1989 — 리트펠트 졸업
  • 2014 — RVDK 설립
  • 2025 — 더 콜 오브 더 와일드
  • 2026 — 워드로브 24

참고 자료

  1. RVDK — Art jacket and banknotes
  2. Vogue Netherlands — 2026 atelier interview
  3. Mirror Mirror — Direct interview
  4. RVDK — Official history
  5. Vogue — Fall 2025 couture
  6. Vogue — Fall 2026 couture
  7. FHCM — Wardrobe 24
  8. MAC — Birds of Paradise
  9. Met — Evening dress 20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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