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스 반 헤르펜: 움직임을 만드는 재료
움직임을 만드는 재료
ÉPOPLI ·

물보라를 옷으로 붙잡을 수 있을까
2010년 크리스털라이제이션의 흰색 상의는 천을 재단한 결과가 아니었다. 다니엘 위드리그와 머티리얼라이즈가 함께 만든 폴리아미드 구조는 조개껍질처럼 층을 이루며 어깨와 가슴 주위로 솟아났다. 이리스 반 헤르펜 역사는 여기서 옷의 출발점이 꼭 직물이어야 하는지 묻는다. 3D 프린팅은 디지털 형태를 재료의 층으로 쌓아 입체물을 만드는 방식이다. 몸에 맞추는 문제는 사라지지 않지만, 평평한 패턴을 봉제하는 과정과 다른 경로로 풀린다. 같은 컬렉션의 물보라 형태는 열풍기와 집게로 투명 플라스틱을 직접 구부려 만들었다. 기계로 출력한 껍질과 손으로 굳힌 물결은 서로 다른 방법이 같은 질문에 답하는 사례다. 물이 튀는 순간을 멈춘 표면은 옷과 주변 공간의 경계를 넓히고, 단단한 재료로도 유동적인 인상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금빛 짧은 드레스 주위에 투명한 물결을 배치한 구성은 몸의 윤곽과 그 밖으로 번지는 선을 동시에 보게 한다.
바멀에서 아른험으로
1984년 네덜란드 바멀에서 태어난 디자이너는 어린 시절 발레를 배웠다. 공식 소개에서 그녀는 춤을 통해 몸의 움직임과 형태가 바뀌는 감각을 익혔다고 설명한다. 할머니의 다락방에서 만난 옛 의복도 패션을 발견한 기억으로 남았다. 이리스 반 헤르펜 역사의 교육 과정은 아른험 아르테즈의 패션 디자인 공부와 2006년 졸업, 알렉산더 매퀸과 클라우디 용스트라의 작업실 경험으로 이어진다. 2007년 자신의 브랜드를 세워 암스테르담에서 첫 컬렉션을 발표했다. 런던의 의상 제작과 네덜란드의 직물 실험을 접한 뒤, 독립 작업에서는 몸을 움직이는 일과 소재의 성질을 바꾸는 일을 함께 다루었다. 그녀의 옷은 정면 사진에 고정된 조각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걸을 때 생기는 떨림과 빛의 변화를 중요하게 여긴다. 춤을 배운 경력과 의상 사이의 연결은 단순한 추정이 아니라 본인이 반복해서 설명한 작업의 출발점이다.
우산의 뼈대와 전기의 표면
2008년 케미컬 크로스에서는 어린이 우산의 금속 살과 가죽이 의복의 재료가 되었다. 가느다란 막대가 모여 새의 날개를 떠올리게 하는 부피를 만들었다. 이리스 반 헤르펜 역사의 초기 작업은 낯선 재료를 장식으로 붙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것이 옷의 지지체가 되게 한다. 2013년 볼티지에서는 건축가 필립 비즐리와 함께 레이저 커팅한 폴리에스터 필름을 사용했다. 레이저 커팅은 빛으로 정밀한 선을 잘라 내는 가공법이며, 이 옷에서는 미세한 잎 같은 조각들이 전기의 긴장을 표현한다. 가벼운 돌기들은 몸이 움직이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흔들린다. V&A 인터뷰에서 그녀는 표면이 완벽히 고정되는 것보다 조금씩 어긋나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산 살의 단단한 선과 필름의 섬세한 떨림은 비슷한 가시 모양도 무게와 유연성에 따라 전혀 다른 옷이 된다는 것을 드러낸다. 비즐리와의 협업은 재료를 함께 만지고 시험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졌으며, 모든 실험이 곧바로 컬렉션에 쓰인 것은 아니었다.

인쇄된 결정과 몸의 조립
2014년 매그네틱 모션의 투명한 미니드레스는 니콜로 카사스와 3D 시스템스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광경화성 수지를 굳혀 앞과 뒤 두 부분을 만들고 이를 결합하는 방식이었다. 이리스 반 헤르펜 역사는 이런 작품에서 봉제선 대신 조립의 경계를 보여 준다. 가슴 부근의 촘촘한 선은 얼음의 표면처럼 보이면서 필요한 부분을 가리고, 허리 아래의 투명한 영역은 신체를 드러낸다. 따라서 3D 프린팅은 단순히 복잡한 외관을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노출과 보호의 밀도를 조절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물결을 닮은 옷이 모두 같은 기술로 제작되는 것은 아니다. 앞선 투명 물보라는 손으로 열을 가한 플라스틱이었고, 이 작품은 디지털 구조를 경화한 수지였다. 두 방식은 빛을 통과시키는 성질을 공유하지만 몸을 감싸는 방법과 표면의 정밀도는 다르다. 이 차이를 살피면 미래적인 모습이라는 하나의 표현 안에 가려진 제작의 선택들이 드러난다.
옷과 무대가 함께 회전할 때
2019년 힙노시스에서 안토니 하우와 만든 인피니티 드레스는 회전하는 옴니버스 조각과 함께 제시되었다. 모델은 커다란 구형 구조를 통과했고, 의상과 무대의 움직임이 겹치며 시각적인 깊이를 만들었다. 이리스 반 헤르펜 역사의 이 장면에서 키네틱 조각은 의상의 배경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키네틱은 움직임을 실제 구성 요소로 삼는 조형을 뜻한다. 하우의 금속 가공과 컴퓨터 설계, 디자이너의 의상 제작은 각각의 역할을 유지하며 하나의 경험을 이루었다. V&A가 드레스와 조각을 함께 전시했을 때도 관람자는 옷의 표면뿐 아니라 그 주변에서 생기는 공간을 볼 수 있었다. 레이저 커팅으로 만든 얇은 표면과 회전 장치의 결합은 옷이 반드시 스스로의 무게만으로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넓힌다. 무대의 움직임이 옷을 둘러싸면서 정지한 사진에는 담기지 않는 시간을 만든 것이다.
2026년의 소리와 회고전
2026년 7월 파리에서 발표한 소닉 스타퀘이크스는 진동하는 별과 초신성, 은하의 나선 구조를 출발점으로 삼았다. 이리스 반 헤르펜 역사의 최근 활동은 자연의 형태를 그대로 복사하기보다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의복의 선으로 해석하는 관심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같은 해 브루클린 미술관에서는 「스컬프팅 더 센시스」가 열려 의상과 미술, 과학 자료를 함께 다루었다. 컬렉션을 짧은 시간에 지나가는 런웨이로 보는 경험과, 재료와 실험 과정을 가까이 살피는 전시는 서로 다르다. 2023년 아르테즈 인터뷰에서 그녀는 회고전을 위해 수년간 작업했으며 공개된 전시가 패션쇼에 초대받지 않은 관객에게도 제작을 보여 준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학과 연결된 옷이 전문 지식의 증명으로만 끝나지 않고 손과 몸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물이 되는 곳도 이런 전시장이다. 실험 도구와 완성 의복을 함께 보는 것은 결과뿐 아니라 선택의 과정을 읽게 한다.
기술의 이름보다 재료의 행동
이리스 반 헤르펜 역사를 기술의 발전 순서로만 정리하면 손으로 물결을 굽히고 가벼운 조각의 흔들림을 조절하는 과정이 빠진다. 3D 프린팅과 수작업은 서로를 밀어내는 단계가 아니라 작품에 따라 함께 선택되는 도구다. 우산의 살, 투명 수지, 얇은 필름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몸과 거리를 만든다. 키네틱 조각과 결합한 의상에서는 주변의 움직임까지 그 거리를 바꾼다. 작품을 읽을 때는 어떤 신기술인지에 앞서 무엇이 딱딱하고 무엇이 휘는지, 어디서 빛이 멈추고 통과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협업자의 이름을 따라가면 건축가와 제작 업체, 조각가가 서로 다른 문제를 맡아 해결했음도 드러난다. 그녀가 옷에 더한 것은 하나의 새로운 실루엣만이 아니라 의복을 만드는 사람과 재료의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었다. 그 결과 인체는 옷을 지탱하는 틀이면서 동시에 재료와 공간이 변화하는 출발점이 된다.
주요 연표
- 1984 — 바멀 출생
- 2006 — 아르테즈 졸업
- 2007 — 독립 브랜드 설립
- 2010 — 크리스털라이제이션
- 2019 — 힙노시스와 하우 협업
- 2026 — 소닉 스타퀘이크스 발표
참고 자료
- ROM — Transforming Fashion, works and construction
- Official career timeline
- Official biography and movement
- High Museum — Transforming Fashion
- Official Hybrid Holism biography (PDF)
- V&A — Interview with Iris van Herpen
- V&A — Infinity and Omniverse
- Official Sonic Starquakes collection
- Brooklyn Museum — Sculpting the Senses
- ArtEZ — Exhibition inter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