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시아가 역사: 몸과 옷 사이의 공간
발렌시아가는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재단과 쿠튀르에서 출발했으며, 창립자 은퇴 이후 별도의 시기를 거쳐 이어진 패션 하우스다.
ÉPOPLI ·
- 브랜드
- 발렌시아가
- 시작된 곳
- 산세바스티안과 파리
- 주요 분야
- 쿠튀르와 의류

허리선이 사라진 자리
1957년의 색 드레스는 몸의 허리를 강조하지 않고 옷의 선을 아래로 이어 간다. 여기서 색은 색깔이 아니라 자루를 뜻하는 영어에서 온 이름이다. 발렌시아가 역사를 이 작품으로 시작하면 옷이 몸의 윤곽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지 질문하게 된다. 허리를 잘록하게 만드는 방식과 다른 해결책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몸을 감추었다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옷과 몸 사이의 여유가 새로운 실루엣을 만들고 움직일 때의 모습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은 이 형태가 당시의 반응을 거쳐 이후 일상복으로 퍼졌다고 설명한다. 처음에는 낯설던 선이 익숙해지는 과정도 디자인의 역사에 포함된다. 현재의 간결한 드레스와 비교할 때에는 겉모양이 비슷하다는 사실보다 허리와 어깨를 어떤 방식으로 연결하는지 살펴야 한다. 형태를 바꾸는 결정은 장식을 더하는 일만큼이나 무엇을 강조하지 않을 것인지에 달려 있다.
스페인에서 파리로
발렌시아가 역사의 사업적 출발은 1917년 산세바스티안의 작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는 스페인에서 경험을 쌓은 뒤 1937년 파리에 하우스를 열었다. 이 두 장소를 구별해야 브랜드가 파리에서 갑자기 완성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창립자는 재단과 봉제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옷의 형태를 조절했다. 다만 한 사람의 능력만으로 모든 제작 과정을 설명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쿠튀르에는 고객의 몸에 맞추는 피팅, 재료의 준비, 봉제와 마감이 필요하며 공방의 여러 작업이 이어진다. 지역의 의복과 회화에 대한 참조도 작품을 읽는 배경이 되지만 모든 형태를 출생지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특정 작품에서 어떤 비례나 재료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사업의 이동과 기술의 축적을 함께 보면 브랜드의 출발이 단순한 창업 연도보다 복잡한 과정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덜 붙는 옷을 만드는 재단
색 드레스의 여유를 이해한 뒤에는 패턴 커팅, 즉 평평한 천의 조각을 입체적인 옷으로 구성하는 재단을 살펴볼 수 있다. 발렌시아가 역사에서 단순한 외관은 내부의 판단이 적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몸에 밀착시키지 않고 형태를 유지하려면 천이 어디에서 지지되고 어디에서 떨어질지를 정해야 한다. 어깨의 작은 변화는 옷 전체가 매달리는 방향에 영향을 주며, 앞면과 뒷면의 여유가 같을 필요도 없다. 박물관의 제작 연구는 남아 있는 옷을 분석하고 재구성하여 이런 관계를 보여 준다. 완성 사진만 보았을 때 추측하기 쉬운 부분을 재단과 봉제의 증거로 확인하는 방법이다. 느슨하게 보이는 옷과 실제로 구조가 없는 옷은 다르다. 겉에서 보이지 않는 연결점이 넓은 면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간결함을 설명할 때에는 장식의 개수만 세기보다 형태가 서 있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이 관점은 후기의 드레스와 케이프를 읽는 데에도 이어진다.
튤립 드레스의 앞과 뒤
1965년의 이른바 튤립 드레스는 비교적 조용한 앞면과 뒤쪽의 큰 형태를 대비시킨다. 실크 가자르는 단단하면서도 몸에서 떨어지는 부피를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 발렌시아가 역사에서 이 작품은 재료의 성질과 재단을 따로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같은 조각을 더 흐르는 천으로 만들면 비슷한 윤곽이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 박물관은 중심의 이음선과 어깨에서 내려오는 별도의 면이 만드는 효과를 분석한다. 여기서 세부를 관찰하는 목적은 복잡한 기술의 이름을 많이 외우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 보이지 않던 구조가 뒤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옷을 한 장의 정면 이미지로만 기억하면 디자인의 중요한 절반이 빠질 수 있다. 착용자가 돌아설 때 드러나는 부피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읽힌다. 따라서 이 작품은 정지한 조각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움직이는 몸을 전제로 한다. 형태와 관찰자의 위치가 함께 바뀐다는 점이 핵심이다.
1967년의 드레스와 케이프
1967년의 드레스와 케이프 앙상블에서는 넓은 면과 목 주변의 간격이 시선을 이끈다. 패턴 커팅은 선을 더하는 기술뿐 아니라 필요한 이음선을 신중하게 줄이는 판단으로 나타난다. 발렌시아가 역사를 후기 작품에서 읽으면 장식이 적을수록 직물의 성질이 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크 가자르처럼 형태를 지지하는 재료를 볼 때에는 무게와 뻣뻣함을 같은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가벼우면서도 특정한 부피를 만들 수 있는 천이 있기 때문이다. 박물관이 분석한 앙상블은 드레스 몸체의 큰 면과 케이프의 목선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구성된다. 겉으로 보이는 단순함 안에 여러 종류의 세밀한 조정이 있는 셈이다. 목에서 조금 떨어진 선은 얼굴을 둘러싼 공간을 만들고, 아래로 이어지는 면은 몸의 굴곡과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옷은 몸을 그대로 묘사하는 표면이 아니라 그 주변에 또 하나의 윤곽을 세우는 구조로 읽힌다.
닫힌 공방과 다시 이어진 이름
발렌시아가 역사에는 분명한 단절도 있다. 창립자는 1968년 하우스를 닫았고 1972년에 사망했다. 이후 1986년 브랜드가 다시 출발한 시기는 그의 직접적인 활동과 구별해야 한다. 같은 이름이 쓰인다고 새롭게 발표된 옷과 가방을 창립자의 작품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후대의 디자이너들이 아카이브를 참고했다면 어떤 형태나 제작 문제를 가져와 다른 조건에서 풀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박물관은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1997년부터 2012년까지의 작업을 재활성화의 중요한 시기로 설명한다. 하지만 그 시기의 상품과 원래의 맞춤 쿠튀르는 제작과 판매의 조건이 다르다. 현재 브랜드는 의류와 가죽제품을 포함한 여러 영역에서 활동하며 쿠튀르의 제작 기술도 설명하고 있다. 이 연속성을 이해하려면 창립자의 생전 작업, 브랜드의 재출발, 오늘의 제품을 한 줄로 뭉개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중간의 변화가 보일 때 오히려 남아 있는 디자인의 질문도 더 구체적으로 읽힌다.
공간을 비교하는 읽기
발렌시아가 역사를 오늘의 옷과 연결하는 가장 구체적인 방법은 몸과 직물 사이의 거리를 비교하는 것이다. 허리를 강조하지 않는 선, 뒤쪽으로 모이는 부피, 목에서 떨어진 케이프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공간을 만든다. 모두 크다는 형용사 하나로 묶으면 그 차이가 사라진다. 어깨의 지지점과 옆면의 방향을 보고 움직임에 따라 어디가 접히는지 살피면 형태의 논리가 드러난다. 아카이브의 옷을 단지 특별한 행사에 입는 과거의 물건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소매나 코트의 등판에서도 몸을 따라가는 선과 몸에서 떨어지는 선의 선택은 계속된다. 다만 비슷한 윤곽이 보인다는 이유로 직접적인 영향 관계를 단정하지 말고 실제 자료와 비교해야 한다. 작품을 이해하는 일은 닮은 모습을 찾는 것에서 시작해 그것을 가능하게 한 재료와 재단을 확인하는 데까지 이어진다. 이 하우스가 남긴 질문은 옷이 얼마나 장식되었는가보다 어떤 공간을 만들어 사람이 그 안에서 움직이게 하는가에 가깝다.
주요 연표
- 1917 — 산세바스티안에서 사업 시작
- 1937 — 파리 하우스 개설
- 1957 — 허리를 강조하지 않는 드레스 발표
- 1968 — 창립자의 하우스 폐업
- 1986 — 브랜드 재출발
자주 묻는 질문
발렌시아가는 언제 파리에 진출했나요?
스페인에서 활동한 뒤 1937년 파리 하우스를 열었다.
색 드레스의 색은 무슨 뜻인가요?
자루를 뜻하며, 1957년 작품은 허리를 강조하지 않는 선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의 제품도 창립자의 디자인인가요?
아니다. 1968년 폐업과 1986년 재출발 이후의 디자이너 작업은 창립자의 생전 작품과 구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