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춘희: 일상의 공간과 특별한 여성복
명동의 매장에서 드라마와 주방 런웨이로 이어지는 여성복.
ÉPOPLI ·

주방에서 시작하는 질문
2021년 가을·겨울 의상은 전시장 대신 주방과 카페 사이를 걸었다. 청담동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쇼룸의 두 층이 런웨이가 되었고, 빵을 만드는 과정이 컬렉션의 출발점이었다. 지춘희 미스지콜렉션 역사를 읽는 질문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특별한 날을 위한 옷은 어떻게 매일의 생활과 연결되는가? 이 디자이너에게 여성복은 추상적인 형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옷을 입은 사람이 어디에 들어서고 누구를 만나며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함께 보인다. 베이킹이라는 주제도 음식 그림을 붙이는 방식으로만 이해할 필요는 없다. 재료를 고르고 시간을 들여 결과를 다듬는 행위가 제작과 나란히 놓였기 때문이다. 이때 생활 공간은 단순한 광고 배경을 넘어 옷을 실제 크기의 사람과 가구 사이에서 보게 하는 장치가 된다. 극적인 장면과 생활 속의 비례를 함께 보는 것이 그의 작업에 접근하는 좋은 출발점이다.
충주에서 명동으로
지춘희 미스지콜렉션 역사의 초기 무대는 서울 명동이지만 출생지는 충주다. 1954년 태어나 네 자매의 맏이로 자랐으며, 직접 인터뷰에서는 집안에서 옷과 음식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회고했다. 어머니의 옷을 고쳐 입고 그림을 즐겼던 경험은 이미 있는 재료에서 다른 형태를 찾아내는 초기 행동으로 남아 있다. 스무 살 무렵 작은 가게를 시작했고 1979년 명동 사보이호텔 맞은편에 미스지콜렉션을 열었다. 해외 유학을 다녀왔으리라는 당시의 소문과 달리, 그의 출발은 서울의 고객과 원단을 만나는 현장에 있었다. 재료를 구하는 일도 디자인의 일부였다. 2026년 인터뷰에서 초기에는 원하는 저지 원단을 찾으려고 부산항까지 갔다고 설명했다. 저지는 고리 모양의 조직으로 짜서 탄성이 생기는 편물이다. 직물과 다르게 몸의 움직임을 받아들이므로 같은 선을 그려도 입었을 때의 결과가 달라진다. 작은 매장에서 착용자의 반응을 직접 보는 과정과 원단을 찾아 움직이는 과정이 맞물렸다.
화면 속의 옷
화면 속 인물이 현실의 소비자에게 이어진 순간도 지춘희 미스지콜렉션 역사에서 중요하다. 1999년 드라마 청춘의 덫에서 심은하가 입은 의상은 단정하면서 부유한 도시 여성의 이미지와 연결되었다. 옷은 배우의 몸짓과 극중 상황을 통해 전달되므로, 마네킹에 놓였을 때와는 다른 설득력을 얻는다. 이러한 화면 의상을 읽을 때는 배우의 유명세뿐 아니라 인물의 생활을 조직하는 옷의 기능을 함께 볼 수 있다. 지나치게 설명적인 장식 없이도 맞음새와 비례가 성격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고객이 현실에서 입을 수 있는 옷을 중시한다는 그의 태도와 이어진다. 이후 2018년에는 CJ와 지스튜디오를 시작해 다른 판매 경로의 고객에게 접근했다. 미스지콜렉션의 쇼와 지스튜디오의 상품은 같은 유통 방식이 아니다. 화면 의상의 영향력과 방송을 통한 판매를 연결해 보면, 한 디자이너가 패션쇼 밖에서도 여성복의 취향을 형성하는 여러 경로가 드러난다.
카르멘의 움직이는 가장자리
2014년 3월 컬렉션은 영화 카르멘을 1960년대 스타일과 연결했다. 당시 엘르가 기록한 곡선 실루엣, 프릴, 레이스는 플라멩코의 몸짓을 떠올리게 한다. 지춘희 미스지콜렉션 역사에서 이 작업은 장식과 구조가 만나는 사례다. 프릴은 천을 주름잡거나 겹쳐 가장자리에 부피를 만드는 장식이며, 움직일 때 옷의 윤곽을 바꾼다. 레이스는 구멍과 실의 밀도로 피부와 옷 사이의 경계를 다르게 보여준다. 따라서 카르멘이라는 서사는 단지 제목으로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자리의 운동과 표면의 투명성으로 읽힌다. 곡선 실루엣 역시 허리와 어깨, 치맛단의 관계를 통해 몸의 동선을 강조하는 요소다. 영화 속 의상을 그대로 재현하는 역사극 복장과는 달리, 서로 다른 시대의 인상을 현재의 여성복 안에서 접속한 작업으로 볼 수 있다. 장식이 많다는 평가보다 어디에서 천이 움직이고 어디에서 몸의 선이 유지되는지를 살피면 차이를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빵을 만드는 공간
지춘희 미스지콜렉션 역사의 2021년 작업은 톤 오브 브레드라는 이름으로 주방을 무대에 끌어들였다. 4월 15일 발표에서 관람객은 1층 카페부터 2층 키친관까지 이어지는 공간에서 옷을 보았다. LG전자와의 협업은 가전 브랜드의 쇼룸을 잠시 패션의 공간으로 바꾸었다. 모델 장윤주 등이 참여한 이 발표에서 생활 공간은 관객에게 익숙한 크기와 움직임을 제공했다. 넓고 비어 있는 런웨이와 달리 가구가 있는 곳에서는 의상의 부피와 사람 사이의 거리가 함께 보인다. 같은 이유로 이 컬렉션은 옷 한 벌의 독립된 형태뿐 아니라 옷이 놓이는 환경도 디자인의 일부라는 관점으로 읽을 수 있다. 빵이라는 주제를 통해 모든 의상이 특정 색이나 질감을 가졌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확인되는 것은 제작의 출발점과 발표 장소의 연결이다. 의복, 가구, 주방이 한 장면에 놓이는 방식 자체가 이 협업의 구체적인 결과다.
부피가 놓이는 자리
2026년 가을·겨울 비욘드 클래식에서는 짧은 표범무늬 겉옷과 갈색 계열의 겹침, 볼륨을 준 검은 드레스와 구조적인 코트가 소개되었다. 지춘희 미스지콜렉션 역사의 이 장면에서 소재와 무늬의 강도는 옷의 길이와 부피에 따라 조절된다. 짧은 겉옷은 하의가 드러나는 면적을 늘리고, 갈색의 명도 차이는 겹친 옷을 한 덩어리로 보이게 하면서도 층을 남긴다. 볼륨 소매는 팔 주변에 공간을 만들어 검은색만으로도 윤곽이 읽히게 한다. 이러한 볼륨 소매와 단단한 외투의 대비는 장식이 없어도 비례가 충분한 표현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비욘드 클래식은 전통적인 여성복의 요소를 버리기보다 그 크기와 조합을 다시 조정하는 제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앞선 카르멘의 프릴과 비교하면 부피를 만드는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드러난다. 옷 전체를 같은 방식으로 부풀리는 대신 시선이 머무는 부분을 선택하는 것이다.
만드는 손과 입는 사람
지춘희 미스지콜렉션 역사는 한 사람의 취향이 여러 제작자의 손을 통해 지속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2026년 마리끌레르의 후배 디자이너와의 대화에서 그는 디자이너를 지휘자의 역할에 비유하며 제작 기술을 가진 사람들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숙련된 작업자의 고령화와 새로운 인력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스케치가 실제 옷으로 바뀌려면 원단의 반응을 아는 손과 패턴을 조정하는 판단이 필요하다는 현실이다. 그의 작업을 오늘 다시 볼 때는 배우의 드레스나 유명 고객만을 따라가기보다 프릴의 위치, 소매의 크기, 몸과 옷 사이의 여유를 비교해 볼 수 있다. 1979년의 명동 매장, 드라마를 통한 이미지의 확산, 주방 쇼룸의 발표, 2026년 컬렉션은 서로 다른 접점을 보여준다. 그 사이를 잇는 것은 특별한 장면을 만들면서도 착용자의 생활을 떠나지 않으려는 여성복의 문제다. 유행하는 표면이 달라져도 옷을 입을 사람과 만드는 사람을 함께 생각하게 한다.
주요 연표
- 1954 — 충주에서 출생.
- 1979 — 명동에 미스지콜렉션 개점.
- 1999 — 청춘의 덫 의상으로 주목.
- 2018 — CJ와 지스튜디오 시작.
- 2021 — 청담 주방 쇼룸에서 가을·겨울 발표.
- 2026 — 비욘드 클래식 가을·겨울 컬렉션.
참고 자료
- Maeil Business: Ji Choon Hee interview, 2010
- Marie Claire: Mentorogue, April 2026
- Econ Chosun: Ji Choon Hee interview, 2019
- ELLE: March 2014 Miss Gee Collection
- News Tomato: Signature Kitchen Suite show, 2021
- Signature Kitchen Suite: Tone of Bread interview
- Peoplegate: Beyond Classic, autumn/winter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