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뎀 모랄리오글루: 기억을 옷의 표면으로
기억을 옷의 표면으로
ÉPOPLI ·

오래된 커튼이 입는 옷이 될 때
에르뎀 모랄리오글루 역사는 꽃무늬의 아름다움보다 그 천이 어디에서 왔는지 물을 때 더 흥미로워진다. 2024년 봄·여름의 룩 42는 채스워스의 오래된 커튼 일부로 만든 드레스였다. 흐릿해진 천에는 데버러 데번셔 공작부인의 증손녀 세실리 라스네가 검은색 수를 놓았다. 지나간 시간을 보여 주는 바탕과 지금 더한 어두운 선이 하나의 옷에 함께 남는다. 이 작품을 통해 살펴볼 질문은 누군가의 삶과 생활 속 물건이 어떻게 다른 사람이 입는 현대의 옷으로 바뀌는가이다.
이 브랜드의 꽃은 단순한 장식 목록으로 끝나지 않는다. 실제 인물의 옷장, 화가의 그림, 공연자의 무대 같은 참조가 형태와 재료를 선택하는 출발점이 된다. 다만 완성된 컬렉션은 과거의 복장을 그대로 복제하는 일이 아니다. 오래된 천에 새 손길이 더해지듯 원래 물건의 기억과 현재의 몸이 서로 다른 시간으로 남아 있다는 점이 이 작업을 읽는 열쇠다.
몬트리올에서 런던의 독립 하우스로
에르뎀 모랄리오글루 역사의 시작은 캐나다 몬트리올이다. 그는 튀르키예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아래에서 태어나 자랐다. 런던의 로열 칼리지 오브 아트에서 공부해 2003년 석사 학위를 받았고, 졸업 후 뉴욕의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일했다. 이후 런던으로 돌아와 2005년 자신의 이름을 건 여성 기성복 브랜드를 시작했다. 교육과 스튜디오의 경험을 거쳐 독립한 경로이며, 런던은 그 브랜드의 활동 거점이 되었다.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은 그의 옷에서 맞춤 개발한 프린트와 제작 기술의 결합을 소개했다. 인쇄된 문양을 옷의 표면에 놓는 일과 몸에 맞는 형태를 설계하는 일을 함께 발전시킨 것이다. 2007년과 2008년 영국패션협회의 지원과 상은 초기 경력에 포함된다. 이후에도 자신의 이름으로 컬렉션을 이어 가며 특정 인물의 이야기를 한 시즌의 옷으로 번역하는 방식을 다듬었다. 브랜드명과 디자이너의 이름이 연결되어 있지만 옷은 스튜디오와 여러 제작자의 공동 작업으로 완성된다.
상업적 규모를 넓힌 협업
에르뎀 모랄리오글루 역사에서 2017년 H&M 프로젝트는 익숙한 작업을 다른 유통 규모로 옮긴 계기였다. 여성복과 함께 그가 처음 만든 남성복 컬렉션이 포함되었고 영화감독 배즈 루어먼이 캠페인에 참여했다. 협업 발표는 프린트와 직물, 세밀한 제작을 다시 해석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소수의 런웨이 관객에게 전달하던 시각적 세계가 매장과 영상의 관객에게도 전달되는 변화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유명 인물의 이름을 제품에 더한 사실만이 아니다. 남성복이라는 새로운 범주를 통해 기존의 문양과 재료가 다른 착용 방식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루어먼이 담당한 영상은 옷을 인물과 장소의 관계 속에 놓았다. 디자이너가 과거의 인물을 조사해 옷을 만든다면 감독은 그 옷을 입은 인물이 머물 수 있는 장면을 만든다. 두 작업은 서로 다른 역할을 유지하면서 하나의 컬렉션이 어떤 세계에 속하는지 보여 주었다.
채스워스에서 나온 드레스와 코트
에르뎀 모랄리오글루 역사의 채스워스 프로젝트는 참고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직물을 사용했다. 보존팀은 연구에 필요한 옷과 액세서리, 사진을 공개했고 일부 커튼 조각은 새 의상에 쓰였다. 룩 42의 바랜 바탕과 검은 자수는 새것처럼 복원하는 대신 다른 시기의 흔적을 맞붙인다. 자수는 바탕 위에 실로 무늬를 만드는 방식이므로 인쇄와 달리 선의 두께와 그림자가 생긴다. 라스네의 참여는 가족의 기억을 작품의 구체적인 손작업으로 연결한다.
또 다른 작품군은 바버와 만든 코트였다. 채스워스의 직물과 왁스 처리한 면을 결합하고 오페라 코트처럼 넓은 부피를 외투에 적용했다. 젖은 날의 실용적인 겉옷과 화려한 저녁 복장의 크기가 만나는 것이다. 트위드 수트의 풀린 밑단은 단정하게 마감한 표면과 다른 방향의 질감을 보여 준다. 이런 차이는 귀족 저택을 일관되게 웅장한 이미지로 만드는 대신 정원과 일상, 관리와 수선까지 옷의 범위에 넣는다. 2024년 전시는 원래 자료와 완성 의상을 함께 보여 주었다.
초상화가 드레스의 면이 되는 과정
에르뎀 모랄리오글루 역사에서 2025년 가을·겨울은 화가 케이 도너키와의 협업으로 이어진다. 두 사람은 로열 칼리지 오브 아트에서 같은 시기를 보냈으며, 디자이너가 작고한 어머니의 초상을 의뢰한 일이 뒤의 공동 작업으로 연결되었다. 도너키의 인물화는 사진처럼 닮은 모습을 복사하기보다 기억과 분위기를 다루는 그림이다. 옷에 등장한 얼굴도 역사적 인물을 정확히 재현하는 삽화라기보다 흐릿한 존재감을 가진 표면으로 읽힌다.
첫 룩의 길고 곧은 드레스에는 오간자 아플리케로 초상이 표현되었다. 아플리케는 다른 천 조각을 바탕에 붙이는 방식으로, 평평한 그림을 겹쳐진 직물의 두께로 바꾼다. 마지막의 골격 같은 코르셋 드레스에도 같은 매체의 초상이 나타났다. 하나는 연속된 면 위에 인물이 놓이고 다른 하나는 몸을 지탱하는 구조와 이미지가 만난다. 오간자의 가벼운 겹은 그림을 무거운 장식판처럼 만들지 않으면서도 표면을 흔든다. 이 대비는 단순히 그림을 인쇄한 옷보다 몸과 초상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공연자의 변신을 재료로 읽기
에르뎀 모랄리오글루 역사는 2026년 가을 발표한 2027년 봄·여름에도 특정 인물에서 출발했다. 참조 대상은 공중곡예 공연자 바르베트이며, 공식 설명은 남성적 형태와 여성적 형태 사이의 긴장을 강조한다. 룩 37은 분홍빛 오간자 클로케로 만든 브이넥 드레스다. 클로케는 표면에 부풀거나 주름진 효과가 나타나는 직물이다. 반짝이는 장식 조각과 불규칙한 표면은 몸의 움직임에 따라 다른 빛을 만든다. 매끈한 한 장의 천과 달리 작은 면들이 나뉘어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브랜드의 제작 안내는 런웨이 의상과 최종 주문 제작품의 차이도 밝힌다. 이 룩의 판매 버전에는 깃털을 넣지 않고 장식을 일부 줄일 예정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무대의 시각적 효과와 실제 고객에게 전달되는 옷의 구성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디자이너의 세계를 보려면 한 번의 쇼 사진만이 아니라 이런 제작 단계의 선택도 의미가 있다. 과거의 인물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결국 지금 입을 수 있는 옷의 무게와 재료, 움직임으로 결정된다.
자료와 상상 사이의 현재
에르뎀 모랄리오글루 역사는 2026년 10월 현재 창립자가 이끄는 런던 하우스의 활동으로 이어진다. 2026년 봄·여름에는 엘렌 스미트의 상상 속 전생 이야기를 참조했고 이어 바르베트의 공연 세계로 옮겨 갔다. 여기서 신비한 믿음이나 무대의 인물을 사실적 복식사와 동일하게 다루기보다 컬렉션을 만드는 출발점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주제는 바뀌어도 누군가의 이미지가 직물과 몸의 형태로 변하는 과정은 지속된다.
채스워스의 보존 담당자 수지 스토코, 수를 놓은 라스네, 화가 도너키, 영상을 만든 사라 모랄리오글루 등은 각기 다른 단계에서 이 과정을 함께했다. 보관된 천을 연구하고 그림을 옷으로 옮기며 제작 과정을 기록하는 일이 서로 연결된다. 작품을 오늘 읽을 때는 꽃의 종류만 찾기보다 바탕이 오래된 천인지 새 직물인지, 표면의 얼굴이 인쇄인지 천의 겹인지, 부피가 어떤 몸의 움직임을 만드는지 살펴볼 수 있다. 이야기는 옷 밖의 설명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 구체적인 차이 안에도 남는다.
주요 연표
- 2003 — 로열 칼리지 오브 아트 석사 졸업
- 2005 — 런던에서 브랜드 시작
- 2017 — H&M 협업과 첫 남성복
- 2024 — 채스워스 Imaginary Conversations 전시
- 2026 — 2027년 봄·여름 바르베트 컬렉션 발표
참고 자료
- V&A: Fashion in Motion, Erdem Moralioglu
- ERDEM: biography
- H&M: ERDEM collaboration announcement
- Chatsworth: Creating Imaginary Conversations
- Chatsworth: 2023 Annual Review, textile collaboration (PDF)
- ERDEM: Imaginary Conversations exhibition
- ERDEM: Autumn Winter 2025
- ERDEM: Autumn Winter 2025 press release (PDF)
- ERDEM: Spring Summer 2027 collection
- ERDEM: Spring Summer 2027 Look 37
- ERDEM: Spring Summer 2026
- 10 Magazine: Erdem on defining collections
- V Magazine: Autumn Winter 2025 garments